중국 명나라 이슬람교도인 마환(馬歡)이 15세기 초반 대항해가 정화(鄭和)의 7차 ‘하서양(下西洋)’을 두 차례 혹은 세 차례 수행하면서 직접 방문하고 견문한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 20여 개국의 지리, 풍속, 물산, 역사 등을 정확하면서도 현장감 있게 기술한 해상 실크로드의 생생한 항해기이다.
정화가 어명을 받고 해외로 나갈 때 수행한 사람으로는 회계(會稽, 지금의 浙江 紹興) 사람 마환(馬歡: ?~?, 字는 宗道)과 태창(太倉, 지금의 蘇州市에 속함) 사람 비신(費信: 1388~?, 자는 公曉), 응천(應天, 지금의 南京市) 사람 공진(鞏珍: ?~?, 號는 養素生)이 있었다. 이들 세 사람은 귀국한 뒤에 그 일에 대해 기록하여 각기 책을 한 편씩 저술했으니 각기 차례로 『영애승람』과 『성사승람』, 그리고 『서양번국지』이다. 이 중에 서술이 가장 상세한 것이 『영애승람』이다.
2. 번역 및 주해자 소개
마환(馬歡) 지은이 마환은 중국 명나라 저장성(浙江省) 후이지(會稽, 현 紹興縣) 출신의 이슬람교도로서, 15세기 초반 대항해가 정화(鄭和)의 7차 ‘하서양(下西洋)’ 중 두 차례 혹은 세 차례의 항해에 수행하였다. 자신의 첫 항해인 정화의 4차 하서양(1413~1415)에서 돌아온 직후인 1416년 무렵부터 직접 방문하고 견문한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 20여 개국의 지리, 풍속, 물산, 역사 등을 생생하고도 정확하게 기술하기 시작하여 항해를 거듭하면서 가필 수정하고 정화의 7차 하서양(1431~1433) 후 최종적으로 1444년에서 1451년 사이에 『영애승람』을 완성하였다.
홍상훈(洪尙勳) 번역 및 주해자 홍상훈은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고대 서사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. 지금은 인제대학교 중국언어문화(전공) 교수이며, 안양대학교 HK+사업단 일반연구원이다. 저서로 『전통 시기 중국의 서사론』, 『한시 읽기의 즐거움』, 『한시 속의 술, 술 속의 한시』, 『중국고전문학사 강해』, 역서로 『홍루몽』, 『유림외사』(공역), 『양주화방록』(공역), 『서유기』(공역), 『시귀의 노래: 이하시집』, 『두보율시』(공역), 『봉신연의』, 『삼보태감서양기』, 『증오의 시대』, 『생존의 시대』, 『시간의 압력』, 『왕희지평전』, 『별과 우주의 문화사』 등이 있다.
이 나라는 바로 메카(默伽, Mekka) 왕국이다. 캘리컷 왕국에서 출항하여 서남쪽 신위(申位)를 향해 석 달 동안 항해하면 비로소 이 나라의 제다(秩達, Jidda)라는 항구에 도착하게 되는데, 그곳을 다스리며 지키는 대두목이 있다. 제다에서 서쪽으로 하루를 가면 국왕이 사는 성이 나오는데 그곳이 메카 왕국이라 불리며, 회교를 신봉한다. 성인이 이 나라에서 교법(敎法)을 천명하여 널리 알리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 나라 사람들은 모두 회교 율법에 따라 일을 행하면서 감히 조금도 어기거나 범하지 못한다. 이 나라 사람들은 체구가 건장하며 몸과 얼굴이 붉은빛을 띤 검은색[紫膛色]이다. 남자는 머리를 싸매고 긴 웃옷을 입으며 가죽신을 신는다. 아낙은 모두 머리덮개를 쓰며 절대 얼굴을 내보여서는 안 된다. 아랍어를 쓴다.
술은 나라의 법으로 금지하며 민간 풍속은 온화하고 아름답다. 가난에 시달리는 집이 없고 모두 회교 율법을 지켜서 범법자가 적으니 참으로 극락세계이다. 혼례와 상례는 모두 회교에서 정한 체례에 따라 행한다.